수능 문학 소설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광장이다. 공부를 하면서 언젠가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책장에 꽂힌 걸 보았다. 광장..? 이데올로기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뭐였더라.. 기억은 잘 나지 않았다. 추천도서 리스트에, 꼭 읽어야 할 문학 리스트의 순위권에 항상 자리매김하고 있는 광장이라는 소설. 수능이라는 시험에서 벗어나 위대한 문학작품에 언제 한번 푹 빠져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 기회를 놓칠세랴. 서둘러 집어 들고 책상에 앉았다.
책상은 언제부터인가 내 광장이 되어 있었고, 난 책의 광장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책의 광장 속에서 이명준의 광장을 음미했다. 남과 북의 대립. 흔히 알고 있는 공산당과 공화당의 이념 속에서 이명준은 스스로의 광장을 찾기 위해 헤매고 있었다. 이명준, 그는 열정적으로 자기가 있을 광장을 찾아 헤맨다. 그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것은 정치의 광장이다. 처음엔 남에서, 그 후엔 북에서 그는 각 국의 이념을 경험하고 실망한다. 실망이라기보단 경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광장을 경멸하게 된 이후,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는 삶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정치의 광장에서 치인 그는 여인과의 사랑이라는 개인의 밀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고 명준의 아이를 밴 여인은 희생당하고 만다. 이명준이라는 주인공이 왜 이데올로기를 혐오하게 되었는지 중립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 이념의 광장을 모두 포기하고, 한 여자와의 밀실 속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마지막 남은 선택지까지 잃게 된 그의 신세에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총으로 쏘려던 갈매기 두 마리를 보고 생각에 잠기는 그 장면 말이다. 한 세 번은 넘게 읽은 것 같다. 잃어버린 여인과 딸에 대한 슬픔, 이념에 대한 원망 등의 감정들이 섞여서 그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시절, 이념의 대립과 그 속에서 상처 받은 개인이 비단 이명준 뿐이었을까. 이념의 갈등이 없었다면, 그 많은 이명준들도 잘 살고 있었을 것이다. 이념 갈등 전의 통일된 나라의 이름을 이젠 부를 수가 없다. 부르고 싶어도 부를 명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대한민국? 북한? 통일한국? 언제 우린 한민족이 될 수 있을까. 우리의 소원을 통일이라는 노래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질 그 날을 그리며 독후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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