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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힘 노자 인문학 -최진석- 줄거리/독후감

happy_life 2020. 11. 18. 12:07

 

사상의 암기는 인문학 공부의 목표가 아니다. 인문학은 생각과 삶의 유기적인 관계를 이해하며, 인문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인문학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오래전엔 하늘에 절대적인 권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권위를 대리한 사람이 나라를 통치했다. 하지만 시대가 혼란스러워지면서 그 권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권위는 하늘에서 인간에게로 이전되었다. 구체적으로 권위가 인간의 사유로 이전되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의 대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은 많지만, 이 책에서는 노자의 사상에 대해 다룬다.  노자에 앞서 등장한 공자는 인간의 공통된 본질인 '인'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질서를 추구해야 한다고 한다. 노자는 공자의 '본질론'에 대항하여, '관계론'을 제시한다. 본질을 추구하는 사상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노자에 따르면, 본질론은 본질의 기준에 부합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 차별을 둔다. 이는 대립의 갈등과 원인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  본질론과 달리 관계론은  모든 것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유무 상생'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예를 들어, 인간이 인간인 것은 이성을 본질로 지니고 있는 동물이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 속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것은 상호관계 속에서 진동할 뿐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으로만 치닫거나 대상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노자는 대상을 정의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대상을 정의하는 순간 그 대상의 의미는 한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무지개 색을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정의하면 무지개 색의 넓은 스펙트럼은 7가지로만 제한된다. 또한 정의는 대상을 어떤 본질과 연결 짓는다. 노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정의가 대상을 본질로서 구분하는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이런 사고에서 더 나아가 노자는 유무상생을 실천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념이나 신념의 구조물에 수동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세계의 변화에 따라 자발적이고 유연하게 접촉하라는 것이다. 봐야 하는 대로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봐야 하는 대로 보는 삶은 대상을 차별할 발판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자발성까지도 거세한다. 특정한 이념, 지식 등에 천착하여 살아가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을 기준으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대부분 본질론을 기반으로 세상을 본다. 사람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쉽게  다른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외부에서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행복하지 못하다. 하지만 기준과 비교가 만연한 사회에서 특정한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결국 어떠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그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회사의 합격 기준에 못 미쳐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 경제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관계론을 주장할 수 있을까? 불가항력이란 말은 이런 때에 어울리는 게 아닐까.  독자의 관점에서 노자의 사상을 최대한 쉽게 풀어내 준 작가 최진석 교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독후감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