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의 '비정규'. 책의 맨 앞쪽 즈음에 등장하는 시이다. 이 시엔 일자리가 없어 눈치 보는 자식이 있다. 비단 청년들뿐이랴, 고용은 점점 불안해지고, 작금엔 코로나 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현대인들은 너도나도 실이 되어야 하나 보다. 생존의 바늘구멍 사이가 아닌 곳은 절벽이니까. 현대인들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 속에 점철되어있다. 절벽에 떨어지지 않으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이다. 스펙, 직업, 외모 , 소비 등의 경쟁 속에서 우리는 인생의 다른 가치들을 놓쳐버리진 않을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이라는 책엔 인생 테마 속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지혜와 통찰이 담겨있다. 인생에 대해 성찰하며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책이다. 또 좋은 구절 & 좋은 시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특히나 필자가 '나무학교'라는 시를 읽은 뒤 적은 구절은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꼭 인용하고 싶다.
'세월은 안으로만 새기고, 생각은 여전히 푸르른 희망으로 가득 찬 사람. 그리하여 내년엔 더 울창한 사람.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p.198
나도 나이가 들수록 더 울창해지는 사람이고 싶다. 또 허리가 굽어감에 따라 더 겸손해지는 사람이고 싶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듯이.
마지막으로 '곡선의 힘'을 주제로 한 구절을 인용하며 독후감을 마치려 한다.
'직진으로 흘러가는 강은 급기야 폭포라는 절벽을 뛰어내려야 하지만,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강물은 끝까지 바다에 이르게 되리라는 것을. 그것이 바로 부드러운 곡선의 힘이 아닐까요'p.290
삼수도 하고 군대도 늦게 가 인생의 국면에서 계속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는 내게 위로가 되는 글이었다. 직선이 아니라고 슬퍼할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는 구절이길 바란다. 인생의 무게가 견디기 어려울 때쯤, 다시 꺼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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